도너스 팀의 첫 원격근무 준비기: 실행 규칙과 가이드 공유

코로나 사태가 심화되면서 갑작스럽게 원격근무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는데요. 많은 조직들이 미처 원격근무 환경을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변화에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저희 도너스팀도 그동안 원격근무를 제대로 시행해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는데요. 우선 물리적인 제약이 있을지를 먼저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주요 업무를 모두 클라우드 환경에서 처리하고 있던 상황이라 업무도구의 측면에서는 근무 장소를 곧장 변경하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협업과 문화의 측면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제도를 부드럽게 안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한두 사람에게만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원격근무의 원리를 이해하고 모든 팀원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내부 실행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국내외 다양한 자료와 사례가 공유되어 있어서 하나씩 살펴보며 실행 규칙을 정리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리모트 실행 규칙: btw, 오늘은 리모트 할까요?’ 라는 가이드를 팀원들에게 배포했고 원격근무 시행 전 브리핑 시간도 가졌습니다.

아래 공유한 글은 원격근무를 처음 도입하는 조직의 관점에서 정리한 내부 실행 규칙입니다. 원격근무에 대한 경험담은 많이 공개되어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준비 단계의 경험담은 적은 것을 보고 공유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와 같은 처지에서 원격근무를 처음 도입하는 조직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했던 자료 중 괜찮았던 자료들의 출처도 기재해 놓았으니 원격근무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시면 함께 살펴봐 주세요.

많은 걱정과 불안이 있지만 모두 힘을 내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이겨 내시길 기원합니다.

리모트 실행 규칙: btw, 오늘은 리모트 할까요?

1) 목적

본 실행 규칙은 비용의 증가와 생산성의 저하라는 원격근무제도(이하 “리모트”)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돕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리모트에 대한 기대효과와 위험요소를 잘 이해하고 우리에게 꼭 맞는 슬기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 (기대효과) 출퇴근 시간 단축,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개인의 신체리듬과 특성을 고려한 시간 사용, 업무에 대한 기록과 측정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됩니다.
  • (위험요소) 자기 관리의 실패와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증가로 인해 많은 문제가 파생됩니다. 업무가 공유되지 않아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대기 시간이 늘어나거나, 피드백의 부재로 성장이 정체됩니다. 또한, 네트워크와 장비 등 물리적인 환경의 한계로 인해 개인의 업무수행 능력이 감소하며 이로 인해 총 업무시간이 증가합니다.

2) 메타 규칙

리모트는 우리가 처음 시도하는 제도이고 모두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행 규칙을 관리하는 메타 규칙을 먼저 정의했습니다. 메타 규칙에 따라 실행 규칙을 개선해 가면서 최종적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규칙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가장 약한 리모트부터 시작하며 확대합니다.
  • 실행규칙은 한 번에 하나씩만 바꿔봅니다.
  • 별로면 언제든지 되돌립니다.

3) 실행 규칙

메타 규칙에 의해 도출된 현시점의 실행 규칙입니다.

  • 코로나 사태 중에는 재택근무로 한정합니다.
  • 리모트 확정 후 슬랙 채널과 개인 캘린더에 일자를 공지합니다.
  • 전일 리모트만 가능합니다. (근무장소의 유연화 효과를 극대화함)
  • 자신의 평소 근무시간을 그대로 따릅니다. (근무시간을 고정하여 도입을 쉽게 함)
  • 당일 업무 개시 후 슬랙 Status를 ‘리모트 중이에요’로 변경합니다.
  • 휴식이 필요한 경우 슬랙의 Status를 ‘휴식 중이에요’로 변경합니다.
  • 매일 오전 Standup Alice를 통해 업무상황을 공유합니다.
슬랙의 Status 변경 화면

4) 기본 원칙

성공적인 리모트 정착을 위해 기본 원칙을 준수해 주세요.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원칙이 수립된 이유를 읽고 함께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올바른 환경을 선택합니다. 리모트 환경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채팅, 화상, 전화가 가능한 업무 환경이 필요합니다. 한 공간에서 일할 때는 바로 찾아가 논의할 수 있지만, 리모트 중에는 서로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을 준비합니다.
  • 캘린더 사용을 생활화합니다. 글로 주고받는 대화 특성상 답변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무작정 기다리지 않도록 사전에 Google Calendar에 연락이 어려운 시간대를 등록하여, 내 시간과 팀의 시간 모두 지켜주세요.
  • 업무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고, 이슈가 있는 경우 즉각 알립니다. 리모트에서는 상대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단적으로 몸이 안 좋거나 집안일로 고민이 많을 때 사무실에 있으면 눈치챌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지요. 자신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여 함께 논의합니다.
  • 동료가 호출했을 때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답변합니다. 상대방의 답변을 예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던가, 즉각적인 비언어적 소통이 생략돼 오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대화를 놓치지 않도록 알림을 잘 설정하고, 내가 멘션이 되었을 때는 가급적 15분 안에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슬랙 상태가 휴식 중일 때는 잠시 기다려주세요.
  • 정리된 텍스트 기반으로 소통합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말이 먼저고 글은 보충하는 역할이었다면, 리모트에서는 명확하게 정리된 텍스트가 먼저고, 말은 덧붙일 뿐입니다. 회의자료는 미리 배포하여 상대방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리모트 시 많은 경우에 소통이 비동기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 언제든지 화상회의를 초대하세요.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거나 짧게 오고가는 채팅을 하는 것보다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 효율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언제든지 화상회의를 진행하세요. 회의실을 열고 링크를 생성한 뒤 상대방을 초대하면 됩니다. 망설이는 것보다 서로의 시간을 아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배려입니다.
  • ‘만나서 해야 하는 회의’와 ‘화상으로 할 수 있는 회의’를 구분합니다. 글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슈(프로젝트)의 시작, 종료 시점에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대면 미팅을 진행합니다. 정확한 의사소통과 결정이 필요할 때는 만나서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마련입니다.
  • 목표, 범위, 기한, 담당자가 확정된 업무가 없을 때는 리모트를 하지 않습니다. 리모트는 모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열심히만 하는 업무는 효율성도 낮고, 함께하는 동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 리모트를 하는 동료가 소외되지 않도록 합니다. 여러 명이 모인 사무실 밖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소외감과 단절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특히 사무실에 출근한 사람들끼리 회의하여 결정한다거나, 업무 행사에서 제외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소속감을 잃어가겠지요. 결국 나중엔 아무도 리모트하지 않게 됩니다.
  • 번아웃되지 않도록 시작과 끝을 잘 맺습니다. 모두의 업무 현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다 보니 무언의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고, 생산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는 불안감에 과하게 몰입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업무의 시작과 끝을 잘 관리하여 번아웃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 리모트는 자기 관리와 절제력을 요합니다. 사람은 심리적 동물이고, 누구나 집은 쉬는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은 그래서 고통스럽습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의 분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은 해야는데 몸은 쉬고 싶고 그 괴리감에 고통을 받습니다.
  • 다음의 상황에서는 리모트를 할 수 없습니다. 리모트 특성상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일반적인 업무 규칙을 따릅니다.
    • 업무에 꼭 필요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사용 등으로 인해 사무실에서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료 및 타 부서,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 사무실 외 근무가 다른 직원의 업무 수행에 피해가 된다고 판단될 때
    • 전사 회의 및 사내 주요 활동에 참석이 요구된다고 판단될 때

※ Standup Alice 운영 방식

Standup Alice는 매일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스탠드업 미팅을 온라인에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슬랙에 bot입니다. 저희가 수립한 운영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Standup 질문은 총 3가지입니다.

  • 어제 이후로 어떤 진전이 있었나요?
  • 오늘 무엇에 집중할 계획인가요?
  •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물이 있나요?

2) 매일 오전 8시 30분에 수집 알림이 갑니다.
3) 취합된 내용이 오전 11시에 슬랙 채널로 푸시됩니다.
4) 개인이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다양해질 경우 Multi Standup이 운영됩니다.

Standup Alice 응답 화면

​※ 참고자료

실행 규칙을 정리하면서 참고했던 자료 중 특별히 알찼던 자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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