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조직, 구글처럼 일하기

이번 주제는 ‘NPO, 구글처럼 일하기’입니다. 스타트업 CEO과 매니저들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고 국내 비영리조직(NPO)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 글입니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는 문화, 전략, 의사결정, 소통, 혁신 그리고 재능이라는 6가지 주제를 가지고 구글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로 조직 의사결정의 원칙과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어 모금전문가, 혹은 비영리조직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1. 업무분장(R&R)이 아닌 문제에 맞춰 팀을 구성하라

꼭 비영리조직이 아니더라도 많은 조직들이 업무분장의 용이성과 평가의 간편함 때문에 전통적인 조직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NPO 역시 F2F, 디지털 모금, 일시후원, 웹사이트 관리, 후원자 관리 팀과 같은 조직구조가 가장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업무를 나눈 것입니다. 잠재 후원자가 모금조직을 만나는 다양한 채널(Touch Point)은 F2F, DRTV, 디지털 채널, 모두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같은 후원자에게는 같은 메시지가 동시에 전달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업무분장에 따라 서로 다른 모금전략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과 같은 스타트업이라면 이렇게 업무분장이나 미디어 구분이 아닌 ’40대 부모 후원자 팀’, ‘최초 후원자 팀’, ‘사회 초년생 후원자 팀’ 과 같이 모금을 집중할 타겟을 정하고 생애주기관리(Lifetime Value) 측면에서 팀을 운영하게 되겠지요.

모금에서부터 후원자 관리까지 서로 중복되는 업무도 있으니 분명 효율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해결기반의 팀 구성은 종합적인 프로젝트 관리자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2. KPI를 중심으로 하는 실력주의

정확하게 성과목표(KPI)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비영리 기관은 많지 않습니다. 너무 삭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복잡하거나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효율적으로 구성되었다면 KPI는 굉장히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문제해결 중심의 팀 구성이라면 아주 간단하게 ‘후원자의 생애후원금 관점’ 만을 신경 쓰면 됩니다.

즉 1) 더 많은 후원자를 확보해야 할지 2) 후원자의 이탈을 방지할지 3) 후원금액을 높여야 할지를 후원자 특성별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인 전략이 아닌, 후원자의 상황에 알맞은 전략이 나올 수 있겠지요.

문제는 KPI와 조직이 대응되지 않는 경우에 있습니다. 만약 ‘총 후원금을 높이자’라는 목표가 홍보팀에 주어진다면 갑자기 대중 모금 캠페인 만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홍보 업무가 많이 사라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러한 경우 ‘총 후원금을 높이자’와 같은 너무 넓은 목표나 ‘인지도를 높이자’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설정해선 안됩니다. 오히려 홍보 업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정의해야 하며 ‘우리 조직의 검색 수를 늘리자’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하지요.

3. 학습하는 동물(Learning Animal)을 채용하라

학습하는 동물(Learning Animal)이란 성장 지향성을 갖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입니다. ‘학습하는 동물’ 을 채용하는 것은 저희 도너스팀의 채용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럼 ‘학습하는 동물’ 은 똑똑한 사람, 전문가와 무엇이 다를까요?

‘전문성’보다는 ‘지적 능력’, ‘성취지향’보다는 ‘학습 지향’, ‘특별한 재능’보다는 ‘뛰어난 호기심’, ‘생각’보다는 ‘실행’ 과 같은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지난 1900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100년간의 변화보다 최근 10년간의 변화가 훨씬 더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비영리 모금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이었다면 지나가는 사람을 설득하는 F2F, 동정심에 호소하는 TV 광고가 가장 중요한 채널이었고 이외 다른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수 억 원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마리몬드 같은 사회적 소비,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마치 쇼핑을 하듯 세분화된 다양한 NPO.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서 성장하는 방식은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 이 아닌 ‘학습역량’ 그 자체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며 성공 공식을 쌓아나가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모금전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최적의 모금전략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자원을 한 번에 집중하는 ‘All-in’ 방식이 아닌, 여러 가설을 반영한 모금전략을 실행해 보고 그 뒤 최적의 모금전략에 투자하는 ‘Growth Hacking’ 방식이 더욱 유효하지요.

4. 데이터로 결정하라

최근 저희가 함께 했던 많은 비영리조직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가 잘 자리 잡은 곳도 있었고 최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방법론을 도입되는 곳도 많이 보았습니다.

소위 ‘Lean Approach’라고 하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방법론의 시작은 아마존, M/S, Google, Facebook, Netfix 같은 해외 IT 회사들로부터 시작되어 최근 모든 스타트업이 비슷한 방법론을 사용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반의 측정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어도 의사결정자가 데이터에 기반하여 결정을 하지 않으면 데이터의 가치는 없습니다. 가장 나쁜 문화는 의사결정자의 직관에 의존하여 결정을 하고, 부서의 실무자가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문화가 있는 경우 똑똑한 실무자는 곧장 이직을 합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자신을 설득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 이니까요.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문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각하 모든 조직이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문화라 생각합니다. 직관이 도박이라면 데이터는 과학이니까요.

5.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을 조심하라

회의시간, 혹은 의사결정을 할 때 모두가 동의를 하거나 심지어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은 조금 과격한 표현입니다만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선의 결과는 갈등을 통해 발전됩니다. 갈등 없이 한 번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팀과 조직이 필요하지 않겠지요.

어떤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일이 아니라, 최고의 해결안을 찾는 문제해결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성으로 어떡하면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회의에서 미팅이 끝나면 미팅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점수를 평가해서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어떤 미팅이든 ‘자신이 회의에서 무엇을 기여하였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습관입니다.

6. 좋은 실패도 존재한다

세상에 알려진 구글의 커다란 실패 중 하나는 실시간 협업 의사소통 도구였던 웨이브(Wave)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 웨이브가 없어진 뒤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웨이브가 가지고 있던 실시간 의사소통 협업 기술은 구글 플러스와 지메일로 옮겨졌고 해당 팀은 다시 새로운 제품을 맡아 구글의 성공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 년 동안 모금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느낀 것은 많은 조직들이 기존에 실패한 캠페인의 실패 이유를 정확히 돌아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실패한 캠페인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러한 문화는 기부자의 소중한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영리 조직이라고 다르진 않습니다.)

성과가 높은 캠페인은, 실패했던 캠페인의 경험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저희 역시 처음엔 대중모금 분야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매체의 특성에 따라 잠재후원자 발굴 후 후원까지 이르는 속도가 너무 늦은 경우도 있고, 잠재후원자 Pool을 잘 못 정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르고 진행한 캠페인의 횟수가 50여 개를 넘어가자 대중모금의 공통적인 실패와 성공패턴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다양한 경험 덕분에 이후 보다 성공적인 캠페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왜 성공했는지를 알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조직에 공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실패를 통한 학습은 비영리조직에도 굉장히 유용하며, 실패를 한 번 쓰면 없어지는 ‘매몰비용’이 아니라 조직의 더 나은 결정을 돕는 ‘학습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성공적인 모금을 펼칠 수 있습니다.

7. 비영리조직, 정말 구글처럼 일할 수 있으려면

앞서 말한 모든 전제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업무방식을 바꾸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조직의 문화는 무엇보다 리더십의 의사결정 방식, 가치관, 철학과 이어져 있습니다. 구글의 문화는 결국 두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에서 출발한 것이고 애플도, 삼성도, 네이버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꼭 구글과 100% 동일하게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영리조직은 기관의 철학에 맞는 업무 방식이 있고, 사업에 맞는 업무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구글의 문화 중 어떤 부분은 기관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문화와 의지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구글처럼 일하기’라는 제목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조직처럼 일하기’란 무엇일지를 정의하고 바꾸어 나가는 것, 그 자체가 더욱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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