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을 준비할 때는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모금전문가학교에서 얻은 인사이트 6가지

안녕하세요!

저는 도너스에서 고객의 초기 설정을 도와드리고 있는 고객성공팀의 주은수 매니저입니다. 아마 도너스 블로그로 처음 인사를 드리는 것 같네요.

저는 2022년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두 달 간 희망제작소의 모금전문가학교* 27기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도너스 김민창 이사님이 비영리 모금 분야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모금전문가학교 입학을 추천해주셨는데요. 모금전문가학교를 통해서 모금의 처음부터 끝까지(기초 학습부터 모금 프로그램 기획, 모금 실행 및 후원자 피드백까지)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금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모금전문가학교 27기의 최우수 모금장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모금을 회고해보니, 모금이란 걸 처음 해 본 입장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앞으로 개선할 점이 참 많았습니다. 저처럼 모금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구체적인 모금 경험에서 비롯한 6가지 인사이트를 공유 드립니다.

*모금전문가학교는 NPO, NGO, 복지기관, 사회적기업, 대학, 병원, 공공기관은 물론 기부와 모금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을 모금전문가로 양성시키기 위해 설립된 교육 기관입니다. 강의 수강과 모금 실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목차]

  1. 기부자에게 외면을 받지 않으려면 기부자 입장에서 생각하자
  2. 다른 후원요청서의 이유 있는 공통점을 내 후원요청서에 반영하자
  3. 깜짝 기부 요청 대신에, 모금 프로그램을 소개해도 괜찮은지 여쭤보자
  4. 잠재기부자의 3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타겟 기부자로 설정하자
  5. 기획 단계에서 기부자 FAQ(자주 묻는 질문) 목록을 작성해보자
  6. 피드백은 모금가와 기부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1. 기부자에게 외면을 받지 않으려면 기부자 입장에서 생각하자

김종욱 휴먼트리 이사님이 여러 번 강조한 “사람들은 재미있는 모금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를 떠올리며, 저는 모금전문가학교 팀원들과 함께 [일주일 점심 도시락 만들기 챌린지] 모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목표: 외식이 부담되는 혼밥러를 위한 외로움 해결
  • 진행 방법: 일정 비용을 내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참가하여 각자가 싼 도시락을 공유
  • 재미 요소: 채팅방에서 서로의 도시락을 공유하고, 혼밥러들끼리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모금 프로그램을 본 김종욱 이사님은 “기부자 입장에서 참가비를 내면서까지 일주일 동안 점심 도시락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아닌 괴로운 일이 될 것 같다.”며 우려의 말씀을 건네주셨죠.

‘오히려 괴로울 수 있다니, 다시 처음부터 기획해야하나?’ 저희 팀은 김종욱 이사님의 피드백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겠다는 확신을 나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부자에게 외면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미리 알아서 다행이다’이라고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기부자의 입장에서도 그럴까?’라고 계속 자문을 해보았고, 모금 기획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예상과 전혀 다른 피드백을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피드백을 들을 당시는 당황스럽고 막막하시겠지만, 나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기부자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2. 다른 후원요청서의 이유 있는 공통점을 내 후원요청서에 반영하자

모금 프로그램 기획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후원요청서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모금전문가학교의 <후원요청서 글작업>강의를 들어 후원요청서의 구성요소를 알게 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각 구성요소를 그럴듯하게 작성하면 금방 완성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럴듯하게 작성’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무엇을 쓸지는 알아도, 내가 직접 써보면 어색하고 부족해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 고민을 계속해봤자, 글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후원요청서 글작업>강의안을 펼쳐서 다른 기관의 후원요청서를 꼼꼼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1)많은 정보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것과 (2)관심을 끌 문구를 뽑아내는 것이 어려웠는데, 다른 기관의 후원요청서를 10개쯤 보니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발견한 공통점 예시입니다.

(1) 캠페인의 정의(ex. OOO캠페인은 ~한 캠페인입니다)와 캠페인에 참여했을 때 캠페인 대상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ex. 희망의 기회, 자살예방)를 분명히 작성한다.

왼쪽: 출처 미상, 오른쪽: 치유활동가집단 공감인의 [Free listening Campaign]후원요청서
제가 직접 만든 [기빙써티데이] 후원요청서

(2) 기대효과를 작성할 때는 ‘N개 혹은 N명이 모이면, ~할 수 있습니다.’의 형태로 작성하고, 마지막에 기부자에게 모금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한다.

왼쪽: 출처 미상, 오른쪽: 소아암NGO한빛의 [Good morning 썬샤인 프로젝트] 후원요청서
제가 직접 만든 [기빙써티데이] 후원요청서

다른 기관의 후원요청서를 10개쯤 보고 난 후 발견한 공통점을 제가 만드는 후원요청서에 반영하려 노력했고, 덕분에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따라할 수 있는 공식’을 잘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3. 깜짝 기부 요청 대신에, 모금 프로그램을 소개해도 괜찮은지 여쭤보자

상대방이 기부에 대해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나름의 요청 방법을 준비했었습니다.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스몰토킹: 기부 요청과 관계없이 이야기를 틉니다.
  2. 기부 요청 전 예열하기: 기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3. 리플렛 전달 및 요청: 모금 사업과 기부 가치를 설명하며 기부를 요청합니다.
  4. 침묵하고 대답 기다리기: 상대방이 답을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5. 잠재기부자의 질문에 대답하기: 잠재기부자가 궁금한 것이 있다면 답합니다.
  6. 리마인드시키기: 11월 30일은 기부하는 날임을 리마인드시킵니다.

준비한 대로 진행하면, 기부를 쉽게 요청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잠재기부자들은 제가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살짝 경직된 반응을 보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옆에 있던 사람까지 덩달아 눈치를 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나한테도 돈을 수금하러 오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준비한 요청 순서를 계속 유지한다면, 잠재기부자들은 저를 다단계 사기꾼처럼 볼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제가 준비한 요청 방식이 기부 요청 전 수다를 떨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스몰토킹을 하다가 기부 얘기가 나오면 갑자기 거절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고, ‘결국 기부금 얻으려고 계산적으로 접근한 것이었구나’처럼 의도에 대해 오해하고 불편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면으로 스몰토킹을 하면서 기부를 요청하지 않고, 모금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먼저 메시지로 허락을 구한 후 기부를 요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부, 모금에 대해 다짜고짜 얘기해서 당황하거나 불쾌하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 기부 요청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래는 한 잠재기부자와 소통한 이력입니다.

이후에 해당 잠재기부자와 미팅을 진행하여 우리 팀이 기획한 모금 프로그램과 기부를 하면 얻을 가치를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라며 고민을 덜어 주셨습니다. 그 결과 요청 드린 기부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기부해주셨습니다.

스몰토킹은 기부를 요청하기 전 상대방의 긴장감을 풀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모금 활동을 할 때 잠재기부자에게 기부를 요청하실텐데요. 분위기를 풀겠다는 목적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상대방은 눈 앞의 사람이 목적을 갖고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을 빠르게 눈치챌 것입니다. 따라서 잠재기부자에게 먼저 정중히 모금 프로그램(혹은 모금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도 되는지 여쭈어보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허락을 구하신 후에 기부를 요청해도 늦지 않습니다.

4. 잠재기부자의 3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타겟 기부자로 설정하자

모금전문가학교 5주차 수업에서 모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현재 저와 가까운 사람 순서로 1차부터 4차까지 기부를 요청할 타겟 기부자를 설정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제 기부 요청에 거절하기 어려워 결국 기부를 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기획 당시 설정한 타겟 기부자에게 순서대로 기부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1차, 2차를 지나 3차 타겟 기부자에게 기부를 요청했는데도 참여율과 1인당 평균 후원금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1차, 2차, 3차 타겟 기부자들에게 묘한 아쉬움을 느꼈고, 목표 모금액인 100만원 달성은 멀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타겟 기부자 설정과 관련되어 놓친 것은 없는지 이전 강의 내용을 뒤져보았습니다. 이 때, 이선희 휴먼트리 대표님의 <기부자조사 및 개발> 강의에서 잠재기부자의 3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부 응답률이 높다는 내용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 연관성: 단체 및 단체 임직원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
  • 기부능력: 단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개인의 재정적 능력
  • 관심: 단체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가지고 있는 관심도

잠재기부자 3요소를 충족하는 타겟을 다시 고민해보니, 이전의 4차 타겟 기부자가 오히려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4차 타켓 기부자들에게 ‘연관성, 기부능력, 관심’을 어필하며 기부를 요청했더니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부 요청에 응해주셨습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고액 기부 덕분에 목표 모금액 100만원을 초과 달성할 수 있었지요.

기부를 요청할 대상을 잘못 설정하면 요청을 열심히 해도 모금 성과가 저조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잠재기부자 3요소를 충족하는 타겟기부자를 탐색하고, 이들에게 기부를 요청해보세요. 그들은 분명 그 요청에 응해줄 것입니다.

5. 기획 단계에서 기부자 FAQ(자주 묻는 질문) 목록을 작성해보자

타겟 기부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동안, 어떤 한 기부자로부터 질문을 듣게 됩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 되나요? 연말정산간소화는요?

이 질문을 들은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모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후원요청서를 제작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그 외의 업무는 머리속에서 사라졌던 것입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희망하는 사람이 더 있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저는 기부금영수증 발급에 필요한 정보(이름, 주민(사업자)번호, 주소)를 확보하기 위해 간략한 ‘기부금영수증 신청서’를 만들어 타겟 기부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확보된 기부금 영수증 발급 희망자 명단을 모금 프로그램 참여 기관들에 전달했습니다. 또한 기부자에게 기부금 영수증 발송 및 연말정산간소화에 대한 안내를 하기 위해 <기부금영수증 공지사항>을 메시지로 전달하였습니다.

<기부금영수증 공지사항> 메시지

결과적으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무사히 마무리되었지만, (1)기부금 영수증 발급 절차를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은 심신에 많은 부담을 주었습니다. (2)또한, 기부금 영수증 관련 질문에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는데요. 모금가로서 미숙한 모습이 기부자의 눈에 보이면, 공들여 쌓은 신뢰가 한 번에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수와 누락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자문해봤는데요. 기획 단계에서 기부자 FAQ(자주 묻는 질문) 목록을 준비해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자답이 나왔습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처럼 기부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업무가 자연스럽게 도출되었을 것 같습니다. 꼼꼼하게 만든 모범답안이 있으니, 성급하게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업무를 할 수 있었겠지요. 기부자는 준비된 모금가에게 신뢰를 느꼈을 것이고요.

본격적인 기부 요청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기부자 FAQ(자주 묻는 질문) 목록을 준비하여 빠뜨린 업무는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6. 피드백은 모금가와 기부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제가 직접 기획한 모금 프로그램에 한 두 명씩 기부자가 생길 때마다, 저는 압도적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또 소중한 기부금이 잘 전달되었음을 알려드리는 메시지를 발송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자메시지로 안내를 드렸지만, 문자메시지 전달이 어렵거나 각별히 감사한 분들에게는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감사를 표현하고 ‘기부자님과 함께 만든’ 모금 결과를 안내 해드렸습니다. 아래는 기부자님들에게 전달 드린 메시지 내용입니다.

기부 참여 시 바로 보내드렸던 감사메시지
모금 목표가 달성되고 보내드렸던 모금결과 안내메시지

모금 결과까지 모든 기부자에게 안내한 다음, 저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기부자들로부터 ‘고생 많았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부자 역시 모금을 진행하는 저만큼이나 모금이 성공하여 기부금이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뿌듯함과 동시에 모금 성공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공동체를 형성한 기분이 들었죠. 이렇게 모금 성공 경험을 나누고 기부자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면, 다음 모금을 진행할 때도 그들은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았습니다.

기부자들로부터 온 메시지. 모두 감사합니다!

만약 피드백 없이 모금을 마무리한다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참여했지만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기관에 잘 전달된 것인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자신의 선택에 아쉬움이 생길 것입니다. 다음 번에 요청을 받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피드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금가와 기부자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훨씬 컸습니다. 기부자는 꼼꼼하게 피드백을 챙겨준 모금가를 쉽게 잊지 않을 것이며, 다음 모금 활동의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모금을 진행하며 무엇을 어디까지 준비를 해야할지 몰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메우면서 모금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27기 모금전문가학교의 최우수 모금 장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금이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준비가 철저할수록 이후 고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번 글의 6가지 인사이트가 여러분의 모금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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