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영리조직 모금 캠페인 트렌드 (17년 11월)

기부 성과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11월, 많은 비영리조직들이 더 많은 후원을 받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난 11월, 평소에 접하기 쉬운 동정심 기반의 후원 캠페인을 제외하고 어떤 새로운 캠페인이 있었는지 도너스가 조사해 보았습니다. 2017년 11월의 새로운 캠페인들,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1)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착한 달력 – ‘수혜자가 직접 만든 자수 달력’이라는 특별함

첫 번째 사례는 해피빈 플랫폼으로 모금한 지구촌나눔운동의 ‘착한 달력’ 캠페인입니다. 약 300만 원의 모금 목표액을 설정하였지만 모금 종료 2일 전인 12월 2주 기준으로 2,500만 원이 넘는 모금 목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소득을 증대하고 자립할 수 있게 돕는다’라는 본 캠페인의 Cause가 다른 캠페인과 다르진 않습니다. 이 캠페인이 다른 이유는 바로 ‘스리랑카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들이 자수로 직접 만든 달력’이라는 특별한 후원 예우품이 있다는 점입니다.

비영리조직에서 제공하는 후원예우품의 종류는 굉장히 많지만, 기부 수혜자가 직접 만든 품목은 별로 없고 퀄리티가 뛰어난 품목을 찾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캠페인 후원 시 제공되는 ‘자수달력’은 디자인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수혜자가 자수로 직접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머그잔에 기관의 이름을 새기거나 의미를 담은 뱃지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혜자가 직접 만든 달력을 제공하는 것은 후원을 이끌기에 충분한 요소로 보입니다. 오히려 후원금액이 다소 저렴한 것 같네요.

캠페인을 진행하는 지구촌나눔운동은 연간 수입이 약 43억 수준인 조으로 인지도가 매우 높은 기관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 규모의 일시후원을 이끈 것은 큰 성공으로 보입니다. 정기후원과 달리 일시후원은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기부 장벽도 정기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중소규모 비영리조직에서 조금 더 쉽게 실행하기 쉬운 전략입니다.

본 캠페인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정기후원 전환까지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향후 후원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콘텐츠를 발행하여 조직에 대한 소개를 보완할 수 있겠지만 일시후원 전략의 핵심은 잠재 정기후원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향후 어떻게 정기후원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특히 해피빈 플랫폼은 후원자 DB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자체적인 모금 플랫폼 활용, DB 확보 및 이후의 마케팅 자동화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입니다.

2) 어쩌다 슈퍼맨 – 어려운 주제를 스토리텔링하는 웹툰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리는 캠페인은 아름다운재단의 ‘어쩌다 슈퍼맨’입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생존권을 주제로 하는 전통적인 모금사업과 달리 공익을 지키는 공익제보자와 활동가를 지원하는 캠페인입니다.

사실 사업 내용 측면에서는 모금이 굉장히 어려운 캠페인입니다. 사람에 따라 가치판단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모금사업처럼 생존의 문제까지 다루진 않으며, 후원자를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감성적인 콘텐츠 역시 부족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아름다운재단은 웹툰 형태의 스토리텔링으로 공익 제보자가 누군지, 어떻게 사회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저희가 진행한 앰네스티의 진실혹은거짓 캠페인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웹툰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었지요.

사회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슈퍼맨이라는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어 인식개선 캠페인으로는 적합하나 모금을 위해서는 ‘어쩌다 슈퍼맨’보다는 ‘외로운 슈퍼맨’ 같이 그들 곁에 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당위성이 더 강조되었다면 좋겠네요. 후원의 성과는 결국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후원자 관점에서의 긴급함이 중요한 부분이지요.

또한 기부금 사용내역이 공익제보자와 활동가, 공익단체를 지원한다고 되어 있지만 더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진 않아 최종 기부까지 이어지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모금활동이 닿지 않고 있는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캠페인이라는 점과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한 컨셉과 스토리텔링 방식은 좋은 시도라 생각합니다.

3) RUN FOR –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렇게 다릅니다

최근 가장 흥미로운 캠페인 중 하나인 국경없는의사회의 Run For 캠페인입니다. 최근 Goods를 활용한 캠페인이 증가하고 있는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사용한 ‘운동화 끈’이라는 후원예우품(Goods)은 기관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이니까 머그잔, 자원봉사자용 티셔츠와 같이 1차적인 예우품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긴급하게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사업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Goods를 선정하여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과 후원을 이끄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원자 입장에서는 결국 ‘운동화 끈을 맨 자신의 모습’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할 테니까요. 또한 사회적 맥락(Context)이 고려된 크리에이티브나 매체 활용이 더욱 잘 고려되면 충분히 바이럴 되거나 붐업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텐데, 아마 12월이나 이후 캠페인으로 고려하시고 있지 않나 싶네요. 디지털만으로는 신발끈이라는 형태의 장점이 충분히 활용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굿즈를 활용한 캠페인은 소비패턴에 대한 분석을 전제로 합니다. 이 부분은 바로 다음 사례에서 알아보지요.

4) 선(착할선) 물(WATER) 캠페인 – 소비패턴 연계 모금의 모범답안

12월, 1월은 소위 다이어리의 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이어리 수요의 대부분이 몰리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소비패턴에 맞춰 팀앤팀은 다이어리를 만들고 선(착할선) 물(WATER)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팀앤팀의 식수사업을 상징하는 물방울과 감성적인 색상의 다이어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해 보입니다. 특히 수혜처인 붐브웨 마을 주민들의 일상 이야기와 그들이 직접 그린 드로잉 12가지가 수록되어 있어 단순히 모양만 예쁜 다이어리를 넘어 의미까지 담긴 다이어리가 되었습니다.

1) 다이어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연말 시기에 맞춘 점, 2) Cause의 의미뿐만 아니라 수혜자가 직접 참여한 Goods라는 점에서 좋은 캠페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일시 캠페인 이후의 정기후원 전환까지의 User Journey 측면은 좀 더 고민해 볼 문제지만요.

모금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번 11월 캠페인 사례에서도 보듯이 모금 방식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과 모금 플랫폼 덕분에 비영리조직의 규모에 관계없이 좋은 성과를 내는 모금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후원자가 있어 캠페인의 종류를 쉽게 바꾸기 어려운 대규모 조직보다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규모 조직에서 새로운 형태의 캠페인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동정심을 기반으로 후원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하였다고 한다면, 앞서 조사한 사례와 같이 대중의 소비패턴에서부터 출발하는 후원은 모금 시장 자체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도너스의 서비스가 궁금하시다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

후원자 경험에 대한 전문성이
오늘날, 모금기술의 차이를 만듭니다.

https://donus.org

댓글 남기기

도너스 블로그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Continue reading

Scroll to Top